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내재화 전략의 핵심인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다음달 본격 가동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화재 위험이 적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배터리를 공급 받아 완성차를 만들어온 현대차가 배터리 자립과 동시에 차세대 기술로 기존 이차전지 산업계의 판을 뒤흔들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경기 의왕 연구소에 구축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 개소식을 3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 연구동 안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시험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이 구축됐다.
개소식은 현대차가 자체 전고체 배터리 라인을 처음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국내외 공급사, 협력사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와 전방위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도 예정됐다.

정의선 회장이 주요 인사를 초청, 직접 나서 개소식을 갖는 건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강한 상용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일럿 라인은 일종의 시험 생산 라인이다. 양극재, 음극재, 고체전해질 등의 소재로 배터리를 제조했을 때 계획했던 성능과 품질이 나오는 지 직접 만들어보고 확인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규모는 작지만 의미 만큼은 적지 않다. 상용화 및 대량 생산 여부를 결정짓고, 특히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상용화된 적 없는 전고체 배터리의 가능성과 시장 선점 여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전고체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정식 개소를 앞두고 이달 중 정의선 회장이 연구동을 찾아 점검할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그간 전고체 배터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 2023년 현대차가 서울대학교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열 때도 직접 참석했다.
파일럿 라인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시제품을 자사 전기차에 탑재해 성능과 양산성을 테스트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능이 입증되면 양산 투자로 이어진다. 현대차는 2030년 전후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해왔다. 고체전해질 소재 대량 양산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상용화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전고체 개발에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SK온,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 받고 있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내재화'를 선언해서다.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인력은 배터리 전문 업체 규모에 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 가동 일정 등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